향기와 감성의 비밀

냄새에 난 왜 기분이 좋을까?: 의외로 성능 좋은 사람 코 (2)

scent jungle 2025. 7. 4. 15:15

인간의 놀라운 후각 능력

반려동물 이야기가 나온 김에 두 번째 놀라운 사실로 넘어가보자. 인간이 동물보다 후각이 떨어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후각 관련 유전자 개수만 봐도 쥐는 1,207개, 개는 811개인데 반해 인간은 396개 정도에 불과하다. *

 

 

포유류 중에서도 인간의 지능이 높은 편이라 후각 기능은 그만큼 진화할 필요가 없었다는 설명이 있어왔다. 후각은 본능에 가까운 감각이라는 뿌리 깊은 편견도 한몫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간이 동물보다 훨씬 잘 맡는 냄새들이 있다는 것이다. 커피향, 발냄새, 바나나향, 그리고 바로 비 냄새가 그 주인공들이다. * *

 

생존을 위한 후각: 물을 찾는 능력


후각이 진화와 관련 없다는 주장은 사실 매우 부정확하다. 우리 조상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온갖 냄새를 정확히 감지해야 했다. 피의 냄새로 위험을 감지하고, 상한 음식 냄새로 독을 피하고,

 

무엇보다 물의 냄새로 생명수를 찾아야 했다.

 

특히 지오스민을 감지하는 인간의 능력은 경이로울 정도다. 물을 찾아 마셔야 생존할 수 있었던 조상들에게 이 능력은 필수였다. 그 정도가 얼마나 뛰어난지, 지오스민은 0.4 ppb(parts per billion; 즉, 10억분의 1을 뜻한다) 농도까지 낮춰도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동물들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아마도 그래서 우리는 비 냄새를 맡으면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른 목을 축이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의 신호였을 테니까.

 

 

일상 속 지오스민의 영향

 

인간이 지오스민에 얼마나 예민한지는 일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수돗물에서 물비린내가 난다며 민원을 제기할 때도 바로 이 지오스민과 2MIB가 주원인이다. 상수도 관리 당국에서는 이런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수돗물에서 이 성분들의 검출량을 측정하고, 그 수치에 따라 물비린내의 심각성을 평가한다.

 

 

이를 보면 후각이 단순히 본능에 가까운 감각이라거나 진화 과정에서 배제되는 기능이라는 관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정교하고 중요한 감각 기관이 아닐까.

 

 

 

다음번에 비가 올 것 같은 냄새를 맡게 된다면, 잠시 멈춰서 깊게 숨을 들이마셔보자. 수억 년의 진화가 선사한 놀라운 능력과, 대지가 주는 자연의 선물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